정부·여당이 월 180여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시럽급여”라는 단어와 함께 실업급여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비자발적 실직을 당한 노동자들의 원활한 재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노동자가 평소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고용보험료를 회사와 나눠 부담한다.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하면, 평균임금의 60%(상한액 1일 6만6천원·월 198만원)를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4~9개월간 받는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는 하한액(1일 6만1568원·월 184만7040원)을 60%로 낮추거나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조현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퇴직하면 퇴사 처리되기 전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한다. 웃으면서. 웃으면서 방문한다.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들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조 담당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 그런 분들은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서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분들 같은 경우”라고 했다.조 담당자는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온다”며 “실업급여 받는 분 중에 해외여행 간다. 자기 돈으로 일했을 때 살 수 없는 샤넬 선글라스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실업급여 제도로 인해 오히려 구직 의지를 잃는 사례도 있고, 부정 수급 사례도 종종 적발된다. 하지만 과연 실업급여의 하한을 낮추는 것이 이 부작용을 없애는데 보탬이 될까.
구직 의지를 잃는 사례는 ‘실업 급여’라는 제도의 본질적인 한계이다. 기본적으로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선별 복지’에는 항상 노동 의욕 상실이라는 부작용이 따라온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선별 복지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부작용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선별 복지를 지속하는 이유는 선별 복지로 얻을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보다 많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별 복지를 없앴을 때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제도의 부작용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부정 수급 문제를 당정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부정 수급을 막겠다고 지원금을 줄이는 행위는 지원금의 하한을 받으며 생활하던 사람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서 해야할 것은 단속의 강화 혹은 새로운 방안의 제시이지, 지원금을 줄이는 것으로는 부정수급을 해결할 수도 없고, 제도 지원이 간절한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뿐이다.
당정의 실업급여 논의가 본질적으로도 정당화되고 있지 않다. 심지어 공직자가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상표명까지 언급하며 자극적인 언행으로 제도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는 과연 적절한가. “적폐”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고 약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출처: 한겨레.“실업급여로 샤넬” “시럽급여”…구직 청년·여성 비하한 당정.2023.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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